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Sep 24. 2023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 II

週末안영회 2023 - 들음의 여정

지난 글에서 만든 경청의 과정에 따르면 '공감' 혹은 '교감'에 해당하는 내용에 대한 기록입니다.

먼저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익힐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점이 반갑습니다. 교감과 공감을 구분 없이 쓰고 있어서 사전에서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듣기의 말들>에서 배운 공감에 대해 간단히 요약하면 공감은 찬사이자 치유이지만, 공감한다고 해서 반드시 상대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그리고 공감을 통해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과 느낌을 받아들여 나를 더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합니다.


경청은 최고의 찬사

다음 문장은 교감이 무엇인지 잘 설명하는 듯합니다.

자신이 높임 받고 싶은 방식으로 다가오면 누구나 '네가 나를 알아주는구나' 하는 눈빛을 띤다. 반면 자신이 느끼기에 섬세하지 못한 방식으로 칭찬을 해 오면 정색하는 것이고.

더불어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라는 사실도 상기시켜 줍니다.


다음 문장은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의 일부입니다.

남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은 "당신은 내가 주목을 기울이고 귀를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인정해 주는 것이다. 경청만큼 상대의 인정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행위가 있을까. <중략> 경청은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중 하나이다.


시부야 쇼조는 '듣는 힘'은 인간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수 불가결한 능력이라고 합니다.

고단한 생활에도 시간을 내어 성심껏 들어주는 것보다 상대의 소중함과 굄성스러움을 더 잘 느끼게 할 몸짓은 찾기 어렵다. 경청만큼 상대방을 추앙하는 것도 없다.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

세계적인 심장 전문의 버나드 라운은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에서 의사가 '기술자'로 전락했다고 탄식힌다.

<당신이 옳다> 머리말에도 거의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마치 의학의 르네상스를 일으키려는 의지를 담은 듯도 합니다.

본디 의사의 본분이던 돌봄caring과 치유healing는 간데없고 관리managing와 처치treating만 남게 되었다. 결국 "고통받는 인간으로서 환자라는 존재는 잊힌다." <중략> 의사들이 치유자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현대 의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치유자가 되려면 먼저 환자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믿는다.

지인의 어머니의 당뇨 치료 과정에서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혈당 수치를 확인하며 식습관과 운동을 활용해 건강을 회복한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그도 어머니라는 존재가 동기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의사들에게는 관심이 가는 존재였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생각이 함께 떠오르면서.


그리고 저자는 서양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의 문장을 인용합니다.

어떤 환자들은 의사가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자신들을 안심시켜 주기만 해도 건강을 회복한다.

다음 문장도 비슷한 교훈을 줍니다.

삶의 난폭함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람에게는 나 역시 아무 말도 못 하는 속수무책으로 화답함이 옳다. 고통의 곁에 무기력하게 서서 신음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만이 고통을 덜어낸다.


앞서 기록한 치유의 양상으로 보이는 내용이 책 58쪽에 나옵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청사진을 제시해도 선생님들(노숙인들)이 그걸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모래 위에 세워진 거고요. <중략> 귀 기울여 듣고, 옆에 서고, 친구로서 함께 있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생각해요.

김건호 님의 <약함의 학교>에서 인용한 글인데, 이에 대한 저자의 해설 중에 제가 밑줄 친 표현이 있습니다.

내 삶도 들을 만한 가치가 있고,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존엄이 그들 안에 싹텄다.

이 문장을 보면서 아내에 내 요구를 말하는 대신이 그녀의 말부터 충분히 들어주자는 각오를 했습니다.


고통받는 이가 말할 수 있게 우선 들어만 주기

<듣기의 말들> 28쪽에 소개하는 리타 모란의 시는 <당신이 옳다>에서 말하는 '충조평판'을 하지 않는 방법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듯합니다.

제발 내가 그것을 극복했는지 묻지 말아 주세요
난 그것을 영원히 극복하지 못할 테니까요

지금 그가 있는 곳이 이곳보다 더 낫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는 지금 내 곁에 없으니까요

더 이상 그가 고통받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가 고통받았다고 난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요

내가 느끼는 것을 당신이 알고 있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 또한 아이를 잃었다면 모를까요

<중략>

내게 다만 당신이 내 아이를 기억하고 있다고만 말해 주세요
만일 당신이 그를 잊지 않았다면

신은 인간에게 극복할 수 있는 만큼의 형벌만 내린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다만 내게 가슴이 아프라고만 말해 주세요

내가 내 아이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단지 들어만 주세요
그리고 내 아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

제발 내가 마음껏 울도록
지금은 다만 나를 내버려 둬 주세요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이 교차하는 글입니다. 다만, 실천의 관점으로 보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평소 건성으로 들어서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지적하던 아내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다음 쪽에 등장하는 글을 나에게는 범접하기 힘든 경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사흘 째 날, 지인과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오지랖일지도 모르나 아이를 잃고 우는 부모의 손이라도 잡아 드리고 싶었다.

<당신이 옳다>의 저자 정혜신 님도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자신의 시간을 썼습니다. 이분들과 나는 다르게 태어났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공감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감과 동의는 다른 것

협상 전문가인 경찰대학 이종화 교수는 한국인들이 공감과 동의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공감하길 두려워한다고 지적한다. 상대방에게 공감을 표하면 그것을 동의라고 받아들일까 봐 공감을 표하길 저어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를 <당신이 옳다>에서는 '감정에는 공감해도 행동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한편, 협상 관점을 익히려고 읽고 있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는 상대 머릿속의 그림을 그린 후에 가치관 차이를 활용하라고 조언합니다. 상대 머릿속 그림에 대해 인식하는 일이 어쩌면 공감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눈을 통해 보고 계속해서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기

책 71쪽의 저자의 고백은 제가 자주 쓰는 표현에 따르면 직면(直面)의 말이었습니다.

나는 상대의 말에 진심이 아니라 상대의 인정에 진심이었다.

그리고 저도 말을 하고 난 후에 상대의 반응이 제 기대와 다를 때 당황하거나 불편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스 고딘이 말한 대로 '그들의 눈을 통해 보고 계속해서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음 문장을 다시 불러옵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쉴 새 없이 분류하고, 판단하고, 받아들이기 껄끄러운 것들을 외면하는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우리는 기회를 보지 못한다. 고통과 마주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게, 아무 시도도 하지 않는 데 따른 위험을 보지 못한다.

한편, 몽골 제국의 칭기즈칸은 '지금의 나를 가르친 것은 내 귀였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달라이 라마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말을 할 때 당신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경청할 때는 당신이 몰랐던 새로운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중략> 넬슨 만델라는 "말하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오늘도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그저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뿐이다"라고 했다.

다음 글은 힐러리 클린턴과 오바마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사울 알린스키의 말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서만 사물을 이해한다. 이는 당신이 그들의 경험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편청(偏聽) 여부로 자기 이해를 더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내 귀가 어떤 소리에 유독 민감한지 살피라. 그것이 나의 가치관을 드러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 준다.


지난 週末안영회 2023 연재

1. 계획은 개나 주자

2. 측정, 단위 그 이전에 기댓값

3. 바둑판 같이 존재하는 우주인가?

4. 내가 책을 고르고 거르는 방식

5. 도전하고 실패해도 편안하게 성장하기

6. OKR과 퍼스널 칸반 접목하기

7. 학습 피라미드와 코드 리뷰 피라미드 비교해 보기

8. 나의 경력관리와 직업사

9. 삶에서 문제 삼기와 함수의 활용

10. 기업 = 지속가능함 + 성장가능성

11. <강력의 탄생> 그리고 개인 차원의 창조적 파괴      

12. 이젠 어른이 돼야 해, 소년

13. 나의 바운더리를 튼튼하게 하는 이분법

14. 난 왜 람다 계산법이 생각나지?

15. 배움 혹은 이상과 내 삶 사이에서 균형 잡기

16. 만남은 기회이니 피하지 말고 집중하자

17. 정원관리는 공동체 리더의 필수 덕목

18. 성공했냐가 아니라, 목적이 뭐고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

19.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20. 함께 존재하고 늘 희망을 품고 살기

21. 우리는 처음부터 개성을 가진 존재다

22. 대화를 하세요, 그게 관계예요  

23. 협력에서 방향성의 문제란?

24. 아기 발걸음과 실패할 용기

25. 나를 흔드는 일들 고찰하기

26. 감정의 언어 지각하고 적극 대응하기 

27. 여유와 용기 그리고 감정이 하는 말

28. 전할 내용이 있다면 번거로움을 넘어 소통할 수 있다

29. 외면(外面)하기와 직면(直面)하기

30. 리더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듯하다

31. 들음의 여정의 다시 시작하자

32. 멈추지 않고는 제대로 듣지 못한다

33. 짐작이나 재촉하지 않고 묻고 기다리기

34. 듣는 귀가 되어 온전히 그 순간을 함께 하기

35. 듣기는 상대에게 자기 이해를 낳는 산파술


                    

이전 10화 듣기는 상대에게 자기 이해를 낳는 산파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