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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Nov 05. 2023

신이라면 어땠을까

Emotions 37. 후회 foenitentia



후회(poenitentia)란
우리가 정신의 자유로운 결단으로 했다고 믿는 
어떤 행위에 대한 관념을 수반하는 슬픔이다.

<에티카> 스피노자


<후회> 모든 불운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나약함

'후회'에 대한 스피노자의 정의에서 "정신의 자유로운 결단으로 했다고 믿는"이라는 표현에 방점을 찍어야만 한다. 자신이 모든 불행을 직접적으로 초래할 수 있는, 일종의 전지전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을 때에만, 우리는 후회의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후회는 신과 같은 강한 자의식을 가진 사람에게 자주 찾아오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393-395



� 영화

어톤먼트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도서

<속죄> 이안 매큐언


 음악 & 뮤직비디오

어땠을까_싸이 & 아이유 (판타스틱 듀오 2 Ver.)

Favorite Regret_Peder Elias (feat. Sval)

Dangerously_찰리 푸스

고해_임재범




후회는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이다. poenitentia는 가톨릭에서 고해, 속죄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잘못이라는 기준은 저마다 달라서 같은 행동을 두고도 후회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결혼처럼 완벽한 선택은 없다. 후회하지 않도록 나의 선택이 더 나은 방향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잘못을 깨우치고, 뉘우치는 과정을 통해 책임을 다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스피노자의 정의가 중요한 것은, 여기서 후회라는 슬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행위가 자신의 자유로운 결단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다면, 비로소 후회라는 슬픈 감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이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실제로 한 번 후회의 감정에 사로잡히면, 우리는 여간해서 이 감정을 떨쳐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395


인간을 불행에 빠트리는 것은 사악함과 음모만은 아니었다.
혼동과 오해도 그렇다.

<속죄> 이안 매큐언 p67



이안 매큐언의 <속죄>는 영화 <어톤먼트>의 원작 소설이다. 브라이오니가 유년시절 자신이 목격한 언니 세실리아와 로비 두 사람 사이에 대한 오해로 로비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다. 그것이 이토록 후회가 될 줄은 몰랐다. 사랑했던 두 사람 사이에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이 진행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기에 평생토록 소녀는 후회해야 했다. 그리고 소설가가 되어 속죄의 의미로 두 사람에 관한 소설을 쓰게 된다. 반전이 있는 소설을.


1935년 영국, 부유한 집안의 아름다운 딸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는 시골 저택에서 여름을 보내던 중 집사의 아들이자 명문대 의대생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주친다. 어릴 때부터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이 있었지만 쉽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던 이들은 그날 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들을 지켜본 세실리아의 동생 브라이오니의 오해로 로비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전쟁터로 끌려가게 된다. 이후 세실리아는 로비가 전쟁터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간호사로 일하게 되고, 로비 또한 세실리아를 다시 만난다는 단 하나의 일념으로 전쟁터에서 살아남는데…

영화 <어톤먼트> 소개 중에서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후회는 항상 과거형이다. 이미 지나간 것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후회의 감정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것도 바로 이미 일어난 과거는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타임슬립이 가능한 영화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한.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과거의 일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결과값이기도 하다. 그 선택의 결과가 좋지 않다고 생각될 때 후회한다. 아직 과정 중에 있을 경우도 있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데도 말이다. 



어땠을까_싸이 & 아이유 (판타스틱 듀오 2 Ver.)

내가 그때 널 잡았더라면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마지막에 널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나의 옛사랑 옛사람

가끔 난 너의 안부를 속으로 묻는다

그리고는 혼자 씩 웃는다

희미해진 그때의 기억을 빈 잔에

붓는다

잔이 차고 넘친다

기억을 마신다

그 기억은 쓰지만 맛있다

그 시절 우리의 도수는 거의

웬만한 독주보다 높았어

보고 또 봐도 보고팠어

사랑을 해도 해도

서로에게 고팠어목말랐어

참 우리 좋았었는데

헤어질 일이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그땐 사랑이 뭔지 몰라서

사랑이 사랑인줄 몰랐어

혼자서 그려본다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그때 널

어땠을까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어땠을까 마지막에 널

어땠을까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까지 함께 했을까

둘이 같이 꼴딱 밤새 맞이한 아침

홀딱 잠 깨 창문을 닫지

우리는 마치 창 밖의 참새처럼

잠들기 싫어하는 애처럼

초등학생처럼

아무도 없는데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못 듣게 귓속에 말을 해

그 시절 우리의 온도는 거의 저

밑에 적도 보다 높았어

성났어 감기도 아닌 것이 열났어

온몸의 어디든 귀를 갖다 대면은

맥박소리가

귓가에 그날의 너의 소리가

왜 그랬을까

그땐 사랑이 뭔지 몰라서

사랑이 사랑인 줄 몰랐어

혼자서 그려본다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그때 널

어땠을까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어땠을까 마지막에 널

어땠을까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까지 함께 했을까

눈앞에서 살진 않지만

눈감으면 살고 있다

다른 사람 품 안에서

같은 추억 하면서

내 곁에 있진 않지만

내 몸이 기억하고 있다

다른 사람 품 안에서

같은 추억 하면서

왜 그랬을까

그땐 사랑이 뭔지 몰라서

사랑이 사랑인 줄 몰랐어

혼자서 그려본다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그때 널

어땠을까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어땠을까 마지막에 널

어땠을까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까지 함께 했을까




결국 후회라는 슬픈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유아적 태도를 벗어나야만 한다. 이것은 물론 자기 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해야 가능하다. 한마디로 타자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즉 타자의 타자성을 받아들여야 후회라는 감정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순간 우리는 몇 가지 지혜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모든 것이 나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행복을 소원해도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기치 않은 행복이나 불행이 나에게 올 수도 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398



Favorite Regret_Peder Elias (feat. Sval) Official M/V



가수의 뮤직비디오보다 영화 편집 영상과의 조합이 좋은 경우가 있다. 이 곡도 그렇다. 같은 옷 다른 느낌처럼 같은 곡 다른 느낌.



Favorite Regret_Peder Elias (feat. Sval) 영상 편집 Ver.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치밀하게 계획한다고 그 계획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스파이더맨의 슬픔도 그랬다. 최선을 다했지만, 할 수 없었던 것.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그 감정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후회'라는 감정을 잘 표현한 영화이기도 하고, 찰리 푸스의 곡 Dangerously를 역주행 시켰다는 레전드 영상이기도 하다. 



Dangerously_찰리 푸스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로 시작하는 임재범의 '고해' 역시 만감이 교차하는 감정과 후회할지도 모를 사랑 앞에서 미리 속죄하는 노래다. 가사에 나오는 '그녀'를 간절히 원하는 목표나 성취, 그외 다른 어떤 것으로도 치환할 수 있을 것 같다. 간절함이란 것이 행복의 기쁨을 불러 오기도 하지만, 결과에 따라 후회를 불러 오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면 간절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인간적인 고뇌이기도 하다. 가사의 내용상 응원할 수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물론 그게 옳은 것은 아니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떠오른다.



잡지 표지에 실을 다리 사진을 찍기 위해 매디슨 카운티에 도착한 사진 작가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리고 매디슨 카운티에 사는 여인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 길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낯설지만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점점 가까워진다. 사진을 찍고 난 후 떠나야 하는 로버트와 매디슨 카운티를 떠날 수 없는 프란체스카. 두 사람은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공유하며 인생을 바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소개 중에서



고해_임재범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감히 제가 감히 그녀를 사랑합니다

조용히 나조차 나조차도 모르게

잊은척 살아간다는건 살아도 죽은겁니다

세상의 비난도 미쳐보일 모습도

모두 다 알지만

그게 두렵지만 사랑합니다

어디에 있나요

제 얘기 정말 들리시나요

그럼 피 흘리는

가엾은 제 사랑을 알고 계신가요

용서해주세요

벌하신다면 저 받을께요

허나 그녀만은

제게 그녀 하나만 허락해 주소서

어디에 있나요

제 얘기 정말 들리시나요

그럼 피 흘리는

가엾은 제 사랑을 알고 계신가요

용서해주세요

벌하신다면 저 받을께요

허나 그녀만은

제게 그녀 하나만 허락해 주소서

어디에 있나요

제 얘기 정말 들리시나요

그럼 피 흘리는

가엾은 제 사랑을 알고 계신가요

용서해주세요

벌하신다면 저 받을께요

허나 그녀만은

제게 그녀 하나만 허락해 주소서 




우리는 인간이기에 실수할 수도 있고 후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깊게 빠져있지는 말자. 언제든 다시 추스르고,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찬찬히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이유들도 많지만 알 수 없는 이유들도 많다.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모든 것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는 셈이다. 지금 우리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 이전 포스팅


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48 Emotions <Prologue>


�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 물의 노래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4. 경멸 contemptus 꽃 향기만 남기고

Emotions 15. 잔혹함 crudelitas 진심으로 빌게

Emotions 16. 욕망 cupiditas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Emotions 17. 동경 desiderium 희망의 세기를 향해

Emotions 18. 멸시 despectus 본질 속 카프카적 진주처럼

Emotions 19. 절망 desperatio You Raise Me Up

Emotions 20. 음주욕 ebrietas 디오니소스와 예술 한 잔

Emotions 21. 과대평가 existimtio 이미 내 안에 모든 것이

Emotions 22. 호의 favor 호의는 권리인가 호감인가

Emotions 23. 환희 graudium 가슴이 소리치는 환호

Emotions 24. 영광 gloria 명예의 전당과 영광의 멍에


 불꽃처럼

Emotions 25. 감사 gratia 흔해도, 흘러 넘쳐도 좋은

Emotions 26. 겸손 humilitas 존엄성을 짓는 중용의 겸손

Emotions 27. 분노 indigmatio GOAT 말고 G.O.A.T

Emotipns 28. 질투 invidia 사랑 심은 곳에 질투난다

Emotions 29. 적의 ira 정의 아닌 적의 없는 용서

Emotions 30. 조롱 irrisio 정정당당하게 롱런

Emotions 31. 욕정 libido 사랑과 감사의 배당금으로

Emotions 32. 탐식 luxuria 마음의 입맛을 돋우다

Emotions 33. 두려움 metus 쉼표와 음표가 공명하는 설렘

Emotions 34. 동정 misericordia 티파니에서 동병상련

Emotions 35. 공손 humanitas 타인은 공손이다 feat.구용구사

Emotions 36. 미움 odium 해리가 미움을 만났을 때




✅ 지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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