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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Nov 07. 2023

끌림, 그 끌어안음에 대하여

Emotions 38. propensio

끌림(propensio)이란
우연에 의해 기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그 어떤 사물이 관념을 수반하는 기쁨이다.

<에티카> 스피노자



<끌림> 사랑으로 꽃필 수 없어 아련하기만 한 두근거림

스피노자에 따르면 사랑의 감정은 타자와 마주쳤을 때 발생하는 기쁨으로 설명된다. 그렇지만 타자로부터 유래한 기쁨은 꽃으로 만개할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만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전자가 '사랑'이라는 감정이라면, 후자가 '끌림'이라는 감정이다. (...) 타자와의 마주침에서 발생하는 기쁨이 필연적일 때, 우리는 이 기쁨을 사랑이라고 한다. 반면 그런 기쁨이 우연적일 때, 우리는 그것을 끌림이라고 말해야 한다.  

<강신주의 감정 수업> p401


 도서 &  영화

<연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음악 & 뮤직비디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_양희은

끌림_에릭남 & 이나은 (of 에이프릴) X 바니오빠들 (원곡 공기남녀)

Can't Take My Eyes Off You_Frankie valli






끌림은 '무언가에 관심이 가거나 마음이 가는 것'이다. propensios 역시 '마음이 기울어짐, 편향'등의 의미다. 자성을 띤 어떤 물체가 마치 자석에 의해 당겨져 끌려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자성의 강도에 따라 얼만큼 가까워질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 




끌림은 끌림에서 끝날 수도, 사랑으로 더 발전할 수도 있다. 설렘과 사랑이 다르듯이 말이다. 사랑이라는 게 사랑하겠다는 다짐으로 되는 게 아니니까. 마치 글을 쓰는 일처럼.



나는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번도 글을 쓰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믿으면서도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 

<연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강신주의 감정 수업>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통해 끌림이라는 감정을 설명하고 있다. 원작은 제인 마치와 양가휘가 열연한 장자크 아노 감독의 동명의 영화 <연인>이 되었다. 또한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이 작품을 통해 프랑스 문학상 중 최고로 손꼽는 콩쿠르상을 수상한다. 자전적인 요소에 허구를 섞어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뒤라스이기에 자신이 겪은 삶과 당시 전쟁으로 인한 상처 등이 캐릭터 속에 자연스럽게 은유되어 있다. 



방학 후 기숙학교로 돌아가는 프랑스 소녀와 중국인 남성이 메콩강을 건너기 위해 우연히 같은 배를 탔다. 그리고 서로에게 끌렸다. 시간의 흐름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소설과 달리 영화는 강물의 흐름에 맡긴 채 느린 호흡으로 진행된다. 어째 공허하다. 허공에 대고 그린 사랑이라서다. 아니, 사랑이 아닌 끌림이었기 때문이다. 필연이 아닌, 우연이었으므로.



사랑과 끌림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우연'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겠다. 타자와의 마주침에서 발생하는 기쁨이 필연적일 때, 우리는 이 기쁨을 사랑이라고 한다. 반면 그런 기쁨이 우연적일 때, 우리는 그것을 끌림이라고 말해야 한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408



당시 열다섯 살을 넘긴 프랑스 소녀에게 낯선 동양의 남성은 안식처가 아니라 도피처였을 지도 모른다. 열강이었던 프랑스 소녀는 가난했고, 열세였던 중국인 남성은 부유했다. 우연히 N극과 S극이 같은 방향을 향했던 것이다.


끌림은 사랑이 아니다. 끌림이 나의 과거 상태에 의존한다면, 사랑은 나의 본질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음식이 배가 고파서 맛있는 것과 입맛에 맞아서 맛있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 다시 말해 끌림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삶이 어느 정도는 행복하도록 스스로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408



소녀는 비록 이 사랑이 허기를 채우는 것이었지만, 안락하기도 했던 이유는 그의 사랑은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양쪽이 함께 잡아 당길 수도 있지만 더 강한 자석이 한쪽을 더 힘껏 끌어당길 수도 있으니까.


그의 사랑은 예전과 똑같다고. 
그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결코 이 사랑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죽는 순간까지 그녀만을 사랑할 거라고.

<연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우연과 필연의 차이는 서로가 얼마나 비슷한 강도로 끌어 당기느냐다. 아직 사랑을 하기에는 소녀는 너무 어리고 여렸다. 사랑이 되기에는 힘의 균형이 너무 차이가 났던 모양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 이유가 되었을 때 비로소 사랑일테니.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_양희은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의 시작은 그래요.
어떤 이상적인 호감의 대상이 한번 내 눈을 망쳐 놓은 이후로, 
자꾸 내 눈은 그 사람을 찾기 위해 그 사람 주변을 맴돌아요.
한번 본 게 다인데 내 눈은 몹쓸 것으로 중독된 무엇처럼 
그 한 사람으로 내 눈을 축축하게 만들지 않으면 
눈이 바싹 말라비틀어질 것 같은 거죠.

<끌림> 이병률



'끌림'이 사랑이냐 아니냐 하는, 철학적 혹은 심리학적 정의를 떠나 흔한 인식 속으로 들어오면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끌림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설렘을 동반하니까. 그 설렘이 사랑으로 이끌지 모른다. 



이쯤해서 설레는 곡 하나. 공기남녀의 '끌림'을 에릭남과 이나은의 조합으로 부른다. 그리고 설렘을 부른다. '처음 느껴보는 이 끌림,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걸' 'Can't take my eyes off you'라는 가사. 설명도 안 되고 눈을 뗄 수 없는 끌림이다. 



끌림_에릭남 & 이나은(of 에이프릴) X 바니와 오빠들 (원곡 공기남녀)

어쩜 좋아 매일 매번

Can't take my eyes off you

용기를 부르는 이 노래

For you

한걸음만 더 네게 바람처럼

I wish you have a same

as my mind

사실 나 오늘

그냥 말하고 싶어

더는 참을 수가 없는 걸

아침이면 두근거림에

And I already know what to say

사실 다 알아

날 향해있는 네 눈빛에

이미 온 몸 가득 심장소리가

부끄러워도 좋아 부끄러워도 좋아

Always in my feeling my love

어쩜 좋아 매일 매번

Can't take my eyes off you

용기를 부르는 이 노래

For you

한걸음만 더 네게 바람처럼

I wish you have a same

as my mind

좀 더 내게 다가올래

You're my boy

가슴에 닿은 그 목소리

Your voice

한마디면 돼

I got it everyday everyday

망설이지 않아도 돼

Don't be afraid any more

이렇게 좋아도 될까

걸음걸음 네가 밟혀

처음 느껴보는 이 끌림

말로는 도저히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걸

뭔가 홀린 것 같아

좀 더 내게 다가올래

You're my boy

가슴에 닿은 그 목소리

Your voice

한마디면 돼

I got it everyday everyday

망설이지 않아도 돼

Don't be afraid any more

True love and nothing can be

better than you

True love and nothing can be

better than you

True love and nothing can be

better than you

True love and nothing can be

better than you

True love and nothing can be

better than you

True love nothing can be

better than you

True love and nothing can be

better than you

True love and nothing can be

better than you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딘가 먼 곳으로 여행을 갔다가 너무나도 소중하게 생각한 걸 
그만, 두고 온 거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건데 과연 나는 찾으러 갈 성격인가, 아닌가 하는 생각.
여러 번 생각해봤는데,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됐느냐 하면
그게 한낱 물건이면 비행기 값도 계산해야 하고, 
또 시간적인 것도 계산에 넣어야 되고... 
결국은 물건일 경우, 가지 않을 것 같단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인 경우, 사람 문제인 경우엔 조금 다를 거란 생각.
아니, 조금이 아니라 많이 다를 거란 생각.
소중한 누군가를 그곳에 두고 왔다든가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그곳에 남아 있다면
언제건 다시 그곳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물론 그 사람을 데려올 수 있을지 그건 장담 못하겠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그곳까지 날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
아마 나만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

<끌림> 이병률



인간은 손실회피 성향 때문에 이것저것 계산을 할 수도 있지만, 사람일 경우만큼은 예외다. 비단 사랑하는 연인 사이 뿐만 아니라 내가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인연들 모두가 해당된다.



Can't Take My Eyes Off You_Frankie valli



인간의 몸은 사실 자석이다. 무수히 많은 N극과 S극이 떠돌아 다닌다. 그러니 서로 끌어당기는 자기장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흔한 말로 끌어 당김의 법칙이 적용되는 이유다. 아니, 끌어 안음의 법칙이라고 할까.


끊임없이 뭔가가 닥치는 일이 인생이고,
그 닥치는 일을 잘 맞이하고,
헤치고 그러다 다시 처음인 듯 끌리고 하는 게
인생의 길이란 생각이 든다. 

<끌림> 이병률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 이전 포스팅


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48 Emotions <Prologue>


�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 물의 노래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4. 경멸 contemptus 꽃 향기만 남기고

Emotions 15. 잔혹함 crudelitas 진심으로 빌게

Emotions 16. 욕망 cupiditas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Emotions 17. 동경 desiderium 희망의 세기를 향해

Emotions 18. 멸시 despectus 본질 속 카프카적 진주처럼

Emotions 19. 절망 desperatio You Raise Me Up

Emotions 20. 음주욕 ebrietas 디오니소스와 예술 한 잔

Emotions 21. 과대평가 existimtio 이미 내 안에 모든 것이

Emotions 22. 호의 favor 호의는 권리인가 호감인가

Emotions 23. 환희 graudium 가슴이 소리치는 환호

Emotions 24. 영광 gloria 명예의 전당과 영광의 멍에


� 불꽃처럼

Emotions 25. 감사 gratia 흔해도, 흘러 넘쳐도 좋은

Emotions 26. 겸손 humilitas 존엄성을 짓는 중용의 겸손

Emotions 27. 분노 indigmatio GOAT 말고 G.O.A.T

Emotipns 28. 질투 invidia 사랑 심은 곳에 질투난다

Emotions 29. 적의 ira 정의 아닌 적의 없는 용서

Emotions 30. 조롱 irrisio 정정당당하게 롱런

Emotions 31. 욕정 libido 사랑과 감사의 배당금으로

Emotions 32. 탐식 luxuria 마음의 입맛을 돋우다

Emotions 33. 두려움 metus 쉼표와 음표가 공명하는 설렘

Emotions 34. 동정 misericordia 티파니에서 동병상련

Emotions 35. 공손 humanitas 타인은 공손이다 feat.구용구사

Emotions 36. 미움 odium 해리가 미움을 만났을 때


�️ 바람의 흔적

Emotions 37. 후회 foenitentia 신이라면 어땠을까



✅ 지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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