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햄버거
미야툰-52
아빠 이야기 하나 더
캠핑을 철수할 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빠는 우리 집에서 하루 더 주무시고 내려가시기로 했다. 집에 도착해 바로 늦은 점심을 해 먹으려니 피곤했다. 배는 출출하고 저녁식사 시간까지 시간이 어정쩡해 간단히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짐을 꺼내 정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이 햄버거를 사왔다. 아빠는 햄버거를 맛있게 드셨다.
"아빠, 맛있어요?"
내가 한 것도 아닌데도 맛있냐고 습관적을 묻는다.
"그래, 맛있네. 아빠 햄버거 처음 먹어봤다."
"네? 처음이요?"
"그래."
"생전 처음?"
잘못 들은 줄 알고 또 다시 물었다.
"허허. 햄버거 먹을 일이 뭐 있었나."
그럴 수가 있다고? 이 흔한 패스트푸드를 팔십 평생 처음 먹어봤다고?
아빠랑 햄버거를 먹어본 적이 없지만
일부러 햄버거를 사드실 것 같진 않지만
그럴 수가 있다니.
그럴 수도 있다니.
부모 자식간에도 모르는 게 투성이다.
생각해보니 아빠가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게 별로 없다.
'아빠'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빠의 텃밭과 막걸리 정도이고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 18번은 <번지없는 주막>이다. 여행하면서 본 아빠의 파란 난방과 오렌지색 점퍼를 보며 좋아하는 색을 짐작해 볼 뿐이다.
내가 일상에서 흔하게 하는 것들 중 아빠가 못 해본게 얼마나 많을까. 가까이 있으면 사소한 것들을 아빠와 많이 해 볼 텐데. 앞으로 햄버거를 볼 때마다 아빠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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