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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May 12. 2023

남편은 서열 1순위

미야툰-54




















닥스훈트 쿠키 이야기

쿠키의 주인은 남편 친한 H 후배다. 원래 다른 후배 S의 개였는데 S는 갓 결혼한 신혼부부로 맞벌이를 해서 아침에 출근하면 둘 다 저녁 늦게 들어왔다. 그 긴 시간 어린 쿠키는 불도 안 켜놓은 어둠 컴컴한 집에 혼자 있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 종종 휴지통을 뒤엎고 쓰레기를 뜯어 난장판을 해 놓기도 했다는데 S는 버릇을 잡는다고 쿠키를 많이 때렸다고 한다.  부부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면서  여건상 동물을 키울 수 없게  되어 건너 시골 아는 사람한테 보내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남편이 직감했단다. 거기 가면 이 녀석 곧 황천길 가겠구나. 마음이 안 좋았던 남편은 쿠키를 화실에서라도 데려가 키울 테니 달라고 했단다. 남편이 데려가기로 하고 지금의 주인 H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H는 일러스트레이터라 자택 근무를 했다. 외로움을 타는 쿠키에게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무엇보다 좋은 환경이라 생각해 후배에게 잠시 맡아달라고 했다.  잠시 같이 살고 있는 그의 조카들은 제주 여행을 갈 때도 데려가고 수시로 애완용품을 사다 나르고 이뻐하며 산책을 시켜줬다. 쿠키는 잠시 기거하게 된 곳에서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그들의 가족이 되었다.


원래 아빠가 데려 오려던 개였다고 하니 알밤이는 그냥 데려왔어야지 하고 아쉬워한다. 쿠키가 오는 날은 그녀의 친구들이 대거 방문하는 날이다. 이 녀석도 자기를 예뻐하는 걸 아는지 알밤이가 오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하지만 단연 쿠키에게 서열 1위는 남편이다. 남편이 퇴근하는 문소리가 들리면 꼬리가 보이지 않게 흔들고 짖으며 주체를 못 한다. 앞발을 들고 얼굴을 핥으려 용을 쓰고 촐랑거리며 따라다닌다.  남편은 이 새끼 왜 이래? 어허, 얼굴 핥지 마! 어디, 입술을! 혼난다! 하며 머리를 몇 번 만져주고 금세 일어난다. 그다지 이뻐하지도 않는 츤데레 같은 남편을 쿠키가 가장 좋아하다니 신기하다. 진짜로 자기를 구해준 걸 아는 걸까? 


쿠키! 하고 부르면 귀를 쫑긋 세운다.  눈썹을 추켜올리며 까만 눈을 껌뻑거리며 눈치를 보듯 쳐다본다. '어허, 눈썹 내려' 하며 눈 위쪽을 마구 풀어준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눈치를 많이 봐서 그런가 싶어 마음이 찡하다. 낯선 사람을 보면  긴장하고 으르렁거린다. 순하고 겁 많은 녀석인데 현관에서 작은 소리가 나면 사납게 짖어 모르는 사람은 겁을 먹게 만든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자꾸 짖어서  힘을 꽉 줘서 안고 있어야 한다. 남편은 그런 행동이 어릴 때 혼자 있으면서 불안증이 생겨서 그렇다고 했다. 그때 생긴 증상으로 가끔 발작을 한다고 했다. 처음에 후배네 집에 데려왔을 때는 표정도 어둡고 많이 움직이지도 않았다는데 지금은 많이 밝아진 거란다. 개는 감정을 꼬리로 표현한다고 하지만 함께 있어보면 얼굴 표정으로도 말한다. 기분 좋을 때는 얼굴이 웃는 것 같다. 


생명은 누가 키우는가에 따라서 꽃처럼 피어나기도 하고 시들어버리기도 한다는 것을 쿠키를 보면서 느낀다. 부모가 되어 아이를 양육하는 일이 행복하면서도 어렵다고 느끼는 게 그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인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지만 원하지 않는 사랑을 들이밀면서 너를 위한 사랑이라 착각할 수 있다. 내 욕심인지 아이 욕구인지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나는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다. 다만  어제보다 조금 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서 내가 믿는 길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걸어갈 뿐이다.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다. 나 혼자 좋은 사람이 될 수가 없다. 쿠키도, 우리 아이들도 나와 남편도 서로 좋은 환경이 되어주는 관계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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