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를 위한 HBR Curation
지난 글에 이어 HBR 9-10월호에서 제가 가장 좋아한 기사 <지식 근로자의 생산성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를 읽고 쓰는 지식 기록입니다.
이전 글에서 본 '우리가 가장 먼저 깨우친 것은 생산성을 올리는 데 효과가 없는 것들이다.'라는 문장이 떠오르는 구절입니다.
지식 서비스업의 다른 분야에서는 오로지 더 많은 비용, 더 많은 투자, 더 많은 인력만이 있을 뿐이었다. 생산성의 지대한 증가만이 이 늪을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어떤 면에서는 IT시스템에서 드러나는 '기술 부채' 역시 생산성 정체 혹은 생산성 저하라는 늪의 한 가지 양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다시 드러커는 생산성을 폭발시키는 가장 중요한 힘은 더 똑똑하게 일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런 증가는 테일러가 말했듯 '더 스마트하게 일하는 것'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더 열심히 일하거나 오래 일하지 말고, 더 생산적으로 일하라는 것이다.
계속해서 테일러가 언급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이 글을 마치고 별도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거의 50년이 지난 뒤, 하버드대의 엘턴 메이요Elton Mayo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를 무너뜨리고 훗날 인간관계론Human Relations'이라 이름 붙여진 것으로 대체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메이요 역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웨스턴 일렉트릭의 호손 워크스에서 실험하면서 메이요가 생각한 것은 이것이었다. "전화 장비에 전선을 감는 일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할 수 있을까?"
집합론적 사고의 힘을 빌면, 질문을 하는 일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 줍니다. 메이요의 경우는 50년 가까이 풀지 못한 문제를 새로운 곳으로 끌고 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 세계를 일컫는 새로운 이름(인간관계론)까지 등장했으니까요.
이어서 드러커는 메이요의 실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지식과 서비스 산업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똑똑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질문부터 해야 한다. "과업이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달성하고자 하는가? 우리는 이것을 대체 왜 하는가?"
그리고, 지식 서비스 업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아마도 가장 크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과업을 정의하고,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일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한편, 저는 그간 업계 트렌드 혹은 베스트 프랙티스라서 분명한 이유를 모른 채로 따라 했던 활동들을 다시 인식합니다. 예를 들어 OKR이 그러했고, MVP도 그러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드러커는 시어스 로벅의 사례를 대표적이라고 설명합니다.
봉투의 무게가 주문 금액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 봉투를 열어보지 않았다.
처음 이 문장을 읽을 때에는 밑줄을 치고 'Container 혁명'이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출퇴근 길에 계속 들었던 박문호 박사님의 영상 때문에 Container 대신 '모듈화'로 대치하고 싶습니다. 모듈화는 '똑똑하게'를 실천하는 하나의 패턴입니다.[1]
드러커가 지적한 문제는 2023년 현재에도 보편적으로 만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식과 서비스 업무 역시 집중을 필요로 한다. 외과의사는 수술실에서 전화를 받지 않는다. 클라이언트와 상담 중인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식과 서비스 노동이 일어나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주의력 분산은 점점 더 흔한 일이 돼가고 있다. <중략> 엔지니어, 교사, 판매원, 간호사, 중간관리자 같은 대부분의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 바쁜 일들을 감당해야만 한다. 이런 일들은 기여하는 가치도 너무 적고, 그들이 취득한 자격이나 임금을 받기로 계약한 일과는 크게 연관도 없다.
제가 '협업'에 대해 많은 글을 쓴 동기 중에 하나가 컨설팅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기업들의 소모적인 업무 방식일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현싱은 수많은 회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잠입니다. 회의는 주의력 분산을 넘어 지식 노동자를 과다 점유하는 공인된 활동이죠.
이를 반추하다가 불현듯이 놀라움을 느끼는데, 박문호 박사님의 영상에서 다룬 '대칭화' 개념 그리고 '순서화' 개념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다만, 기사와 직접 연관성이 떨어지니 이후에 제가 느낀 영감을 공유할 다른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에서 백화점 판매를 위주로 하는 고객사에 일했던 덕분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요즘 백화점 판매사원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고객을 위해 사용할 시간이 거의 없다. <중략> 현장판매 직원들은 3분의 1에 달하는 업무시간을 고객 응대가 아니라 보고서 작성에 쓰고 있다.
드러커는 이런 현상을 직무 충실화Job Enrichment가 아니라 직무 착취Job Impowerishment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흔히 '정치'가 승진의 제1 요소로 작용하는 조직에서는 직무 착취라고 비난받는 행위가 기업 내부에서는 중심 주제인 듯도 합니다. 아무튼, 드러커가 이를 직무 착취라 비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생산성을 해치고 직원들의 동기와 사기를 끌어내리는 일이다.
그리고 처방도 제시합니다.
이에 대한 처방은 대체로 꽤 간단하다. 과업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즉 환자를 돌보는 일에 간호사 업무를 집중시키면 된다. 이것이 '똑똑하게 일하기'의 두 번째 단계다. 예를 들어 몇몇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의 업무에서 서류 작업을 덜어내 그 일을 서비스 직원에게 넘겼다. 그들은 원래 환자의 친지나 친구들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거나 그들이 보내온 꽃을 정리하는 일만 하던 사람들이다.
다음 문장은 OKR을 떠오르게 합니다.
생산성 개선을 위해서는 모든 지식 서비스 직무에 대해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무슨 일의 대가로 돈을 받는가? 이 직무는 어떤 가치를 더해야 하는가?"
뒤이어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에 대한 견해도 덧붙입니다.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는 특히 학계에서 혹평을 받았다. 주된 원인은 아마도 20세기 초 미국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벌였던 과학적 관리와 테일러에 대한 반대 캠페인 때문일 것이다. 노조는 테일러가 반노조적이거나 친경영적이어서 반대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그는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테일러가 저지른 용서받지 못할 죄는 생산과 운송에서 '스킬'이라 할 만한 게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XP 책에서도 켄트 벡은 테일러의 영향을 비난하는데, 코딩을 폄하하는 경향성과 연관이 있는 듯합니다. 기술의 등장으로 생산성이 달라지면, 노동의 가치 역시 달라지는 현상에 대해 테일러는 현장 변화를 모르고 주장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테일러가 '일류 근로자'가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금액보다 3배나 더 많았다. 그러니 테일러의 주장에 노동 귀족들이 화가 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과거 대기업 본사 논의를 듣다 보면 현장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정책을 논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이런 추정의 근거입니다. 그리고 테일러와 같은 오류는 히틀러도 범했다고 합니다.
사실 히틀러는 이런 강력한 가정을 기반으로 미국과 전쟁을 벌였다. 현대 전쟁에 필수적인 광학기술자를 훈련하는 데 최소 5년 이상 걸린다고 확신한 나머지, 미국이 효과적인 육군과 공군을 유럽에 파견하는 데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한 뒤 전쟁을 선포했다.
[1] 더불어 제가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직관에 의해 오랫동안 추종해 온 '함수'의 힘을 명확하게 느낍니다. 하지만, 주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멀어 훗날 새로운 글로 다루기로 하고 여기에 그 생각을 기록하지 않습니다.
연재 제목을 <HBR 구독에서 일상 활용으로>에서 <경영자를 위한 HBR Curation>으로 변경합니다.
10. 좋은 후원자가 되는 법 활용
12. 전략과 원칙의 의미와 활용
14. 현명한 업무 설계를 돕기
15. 비허가형 기업 만들어가기
17. 위대한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
18. 가격 책정 패러다임을 확장하라
19. 세계 최대 규모의 완전 원격근무 기업 CEO에게 배우기
20. 분노의 시대에 경영하기
21. 자동화는 생산성보다 유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22. 진격을 위한 비허가형 기업
23. 좋은 직업이란 무엇인가?
24. 인간의 얼굴을 한 AI
28. 직장에서의 뉴로테크
31. 좋은 일자리 만들기의 장애물
33. 혁신이 파괴적일 필요는 없다
40. 따를 만한 리더가 되는 법
45. 인지적 재구성과 행동 활성화를 통한 정신건강 회복
48. 대뇌 피질이 편도체를 이길 수 있도록 말을 잘 전달하기
49. 이제 우리는 모두 프로그래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