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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리다 Nov 12. 2023

강약중강약의 셈여림으로

Emotions 40. 겁 pusillanimitas


겁(pusillanimitas)은
동료가 감히 맞서는 위험을 두려워하여
자기의 욕망을 방해당하는 그런 사람에 대해 언급된다.

<에티카> 스피노자


<겁> 실패를 예감하는 위축된 자의식

인간은 겁이 많은 존재다. 그래서 종교까지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비가 오지 않아 농사를 망칠까봐 두려워 기우제를 지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과 기우제를 지내는 것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 결국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가장 불행한 일에 대한 공포, 이것이 바로 겁이라는 감정의 정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428



 도서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음악 & 뮤직비디오

겁나_멜로디데이 (feat. Mad Clown)

겁_송민호 (feat. 태양)

Fear Is a Liar_Zach Williams



겁은 '무서워 하는 마음 또는 그런 심리적 경향'이다. pusillanimitas 역시 '겁많음, 용기가 없음'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겁'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서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존재다.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솜방망이에도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는 일도 있는 겁니다.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바름두셔’라는 재밌는 단어가 있다. 너무 겁이 많아서 모험이나 도전을 하려 하지 않고, 안전한 곳에만 있으려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바름두셔 Warmduscher

(차가운 물도 뜨거운 물도 아닌) 
오직 뜨뜻 미지근한 물로만 샤워하려는 사람. 
너무 겁이 많은 나머지 안전지대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려 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사랑하는 관계에서도 일어난다.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같은 것 말이다. 뜨뜻미지근한 관계 속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으려는 마음. 그것은 사랑해서이기도 하지만, 때론 겁이 나기 때문이다. 사랑을 지속할 자신도 없고, 그렇다고 헤어질 용기도 없는 불안한 관계라면, 결코 안전한 선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헤어짐이라는 솜방망이에도 상처를 입고야 만다. 



겁나_멜로디데이 (feat. Mad Clown)

너무 살가웠던 네가

언제나 다정했던 네가

꼭 오늘 따라

다른 사람 같아

어떻게 해야 해

자꾸 겁이나

익숙한 거리들을 지나

오랜만에 널 만나러 가는 길

하늘은 아주 맑고

사람들은 좋아 보여

오늘따라 왠지 입을 옷

고르기가 힘드네

내게 할 말이 있다는 너

부디 좋은 소식이길

자주 가던 까페 골목길을 걷다

가슴이 순간 일렁거려 주저앉았어

아마 햇볕이 뜨거워 그런 거겠지

만나면 하려던 말보다

일단 그냥 날 꽉 안아줘 대신

헤어지자 할까 겁나 겁나

너와 끝이라 할까 또 겁나 겁나

날 모르는

사람처럼 넌

울고 있는 눈을 피하잖아

헤어지자 할까 겁나 겁나

내가 잊혀질까 봐 더 겁나 겁나

아직도 고갤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있는 네가

너무 겁나

네 눈빛만 봐도 알아

무슨 말을 할지 난 알아

듣고 싶지 않아

참아줘 오늘만

네가 떠날까 봐 난 또 겁이나

헤어지자 할까 겁나 겁나

너와 끝이라 할까 또 겁나 겁나

날 모르는

사람처럼 넌

울고 있는 눈을 피하잖아

멀리서 널 불렀을 때

전처럼 내게 웃어주기를

좀 서먹했던 우리 감정이

눈 녹듯 녹기를

첨 만났을 때의 설렘

네가 기억해 내기를

그래서 지금 느끼는

불안한 예감이 맞지 않기를

오늘은 오랜만에

널 보기로 한 날

바람은 쓸쓸하고 하늘은 높아

하려했던 말보단

날 일단 꽉 안아줘

보고 싶었어 상처주지 말아줘

헤어지자 할까 겁나 겁나

정말 끝이라 할까 또 겁나 겁나

날 모르는

사람처럼 지금

울고 있는 눈을 피하잖아

헤어지자 할까 겁나 겁나

내가 잊혀질까 봐 더 겁나 겁나

아직도 고갤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있는 네가

너무 겁나



흥미로운 일이다. 강한 자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약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는 사실이. 철학자 니체의 지적이 옳기는 한가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강자가 생각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강자는 생각한 것을 실천으로 옮기기 때문에, 생각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반면 약자는 너무나 생각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약자에게는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 생각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현상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420



강한 자는 앞뒤 생각하기 보다 우선 행동하고 본다. 약한 자는 조심성이 많아 행동하기를 주저한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인다면 정말 나약한 경우는 생각만 하다 끝난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실천이나 행동하지 않는 부류는 제외하자. 겁쟁이 중에 겁쟁이 단계이니까. 



이에 반해 '겁'이라는 단어를 신중함으로 바꾸면, 강자와 약자의 위치는 바뀔 수 있다. 약자이기 때문에 더 강할 수 있음을 김이나 작가의 <보통의 언어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겁 많은 자들은 지켜야 하는 것들의 가치를 아는 자들이다. 또 자신과 얽힌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일에 대한 신중함이 있는 자들이다. 수비에 총력을 다하는 축구팀의 경기가 지루할지언정, 그들은 결국 강하다. 삶에 있어 충동보다는 지구력으로 대처하는 이들, 그중에서도 ‘나는 겁이 많은 편이야’라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들은 더욱 호감이다. ‘겁이 많음’을 매력적인 무기로써 휘두르지 않는 그들은 결과적으로 늘 강했다.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겁_송민호 (feat. 태양)

뒤돌아 봤을 때

생각보다 멀리

와있었어 난 혼자였고

문득 겁이 났지

내가 날 봤을 때

지쳐있단 사실을

몰랐었어 난 외로웠고

문득 겁이 났지

넌 잘하고 있어 헷갈릴 때면

여태 그랬던 것처럼 그냥 Go

너답게 해 너는 너를 알아

연습했잖아 한 수 천 번은 말야

좌절 한 두 번 이젠 시시해

원래 기회라는 건 인생의 위기에

넌 알잖아 다시 일어나는 법

천국여행 간다며 어서 싸 캐리어

멈추지 마라 아직 할 일 많아

뒷바라지하는 부모님의 사진봐

넌 동생들의 거울이자 가족들의 별

네가 잠을 줄여야만

그들이 편하게 숙면

야 이 병신아 티 좀 내지마

마음 단단히 먹어 알아 외롭지만

견뎌내야 돼

눈물 흘리냐 사내새끼가

뚝 그치고 다시 들어 책임감

eh 아무것도 보기 싫었을 때

억지로 눈을 부릅뜬 건

그냥 겁나서

덜컥 겁이 나서 그래 eh o

아무 말도 하기 싫었을 때

일부러 목소릴 높인 건

There is no other reason

겁이 나 난 겁이 나

입버릇처럼 말했어

언제나 나는 나를 믿어

상대는 없다며

But enemy was in my mirror

계속된 싸움에 이성을 잃었었나봐

내가 나를 죽였어

엄마도 내 눈치를 봐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게 eh

CCTV 속에 사는 게 eh

한곳만 죽어라 팠는데

그게 내 무덤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무서웠어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어른이 되기엔 난 어리고 여려

아직도 방법을 모르고

부딪히는 짓만 하기엔

너무 아프다는 걸

이제 알았어 너무 늦었나봐

무식하게 채찍질만 하기엔

아물지 않은 상처가 너무 많아

eh 아무것도 보기 싫었을 때

억지로 눈을 부릅뜬 건

그냥 겁나서

덜컥 겁이 나서 그래 eh o

아무 말도 하기 싫었을 때

일부러 목소릴 높인 건

There is no other reason

겁이 나 난 겁이 나

자꾸 겁이 나

난 모든 게 감사해

내 종교를 떠나서

6년 전부터 이 꼬맹이를

이용하려 했던

악덕 대표님들 조차

날 구원해준 지금의 회사도

이 무대를 내어준 수많은 참가자도

남자의 삶을 알려준

하늘에 계신 큰아빠도

가족 내 어깨들과

형제 같은 멤버들도

딱 오늘까지만 위로를 받고

내일부턴 겁쟁이가 아닌

성숙해진 나로

eh 아무것도 보기 싫었을 때

억지로 눈을 부릅뜬 건

그냥 겁나서

덜컥 겁이 나서 그래 eh o

아무 말도 하기 싫었을 때

일부러 목소릴 높인 건

There is no other reason

겁이 나 난 겁이 나

Can you see me now

Anybody save me from this fear

oh

Can you hear me now

woah

woo



결국 겁이라는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 자신의 욕망에 몰입하고 그것을 관철시키려는 자세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러니 더 강한 욕망의 대상을 만나려고 노력해야 한다. 웬만한 욕망의 대상으로는 항상 미래의 실패가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그러니 이런 매혹적인 대상과의 우연적인 마주침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움츠러들지 말고 바깥으로 자주 나가야만 한다. 기적과도 같은 우연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428



<WEAK>라는 앨범을 갖고 나온 로꼬는 강철멘탈 훈련을 위해 제주도를 방문했다. 앨범 홍보차 만든 영상이긴 하겠지만 스스로 나약함을 인정할 줄 아는 것은 어쩌면 진짜 강한 것이 아니겠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영상을 보면 수긍도 되고 공감이 간다.



강철멘탈 관리 비법 (이효리 & 로꼬)



내면의 공포는 거짓말쟁이다. 겁이란 우리 내면이 만들어 낸 거짓말에 불과하다. 강하기에 도전할 수 있고, 약하기에 신중할 수 있다. 강해야 할 때 강하면서 약해져야 할 때 약할 줄 아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강한 사람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사람이 인간적인 것 처럼.



우린 인간이기에 늘 강할 수는 없다. 늘 약한 것도 좋지 않다. 박자감과 리듬감이 필요하다. 강약중강약, 4분의 4박자의 셈여림(dynamics)으로 다이내믹하게 사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 셈여림(dynamics) : 에너지를 조절하고 분위기, 세기, 빠르기의 정도를 지원하는 음악의 한 요소로, 음의 세기를 나타내는 말



Fear Is a Liar_Zach Williams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 이전 포스팅


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48 Emotions <Prologue>


�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 물의 노래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4. 경멸 contemptus 꽃 향기만 남기고

Emotions 15. 잔혹함 crudelitas 진심으로 빌게

Emotions 16. 욕망 cupiditas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Emotions 17. 동경 desiderium 희망의 세기를 향해

Emotions 18. 멸시 despectus 본질 속 카프카적 진주처럼

Emotions 19. 절망 desperatio You Raise Me Up

Emotions 20. 음주욕 ebrietas 디오니소스와 예술 한 잔

Emotions 21. 과대평가 existimtio 이미 내 안에 모든 것이

Emotions 22. 호의 favor 호의는 권리인가 호감인가

Emotions 23. 환희 graudium 가슴이 소리치는 환호

Emotions 24. 영광 gloria 명예의 전당과 영광의 멍에


� 불꽃처럼

Emotions 25. 감사 gratia 흔해도, 흘러 넘쳐도 좋은

Emotions 26. 겸손 humilitas 존엄성을 짓는 중용의 겸손

Emotions 27. 분노 indigmatio GOAT 말고 G.O.A.T

Emotipns 28. 질투 invidia 사랑 심은 곳에 질투난다

Emotions 29. 적의 ira 정의 아닌 적의 없는 용서

Emotions 30. 조롱 irrisio 정정당당하게 롱런

Emotions 31. 욕정 libido 사랑과 감사의 배당금으로

Emotions 32. 탐식 luxuria 마음의 입맛을 돋우다

Emotions 33. 두려움 metus 쉼표와 음표가 공명하는 설렘

Emotions 34. 동정 misericordia 티파니에서 동병상련

Emotions 35. 공손 humanitas 타인은 공손이다 feat.구용구사

Emotions 36. 미움 odium 해리가 미움을 만났을 때


�️ 바람의 흔적

Emotions 37. 후회 foenitentia 신이라면 어땠을까

Emotions 38. 끌림 propensio 끌림, 그 끌어당김에 대하여

Emotions 39. 치욕 pudor 넌 내게 신뢰감을 줬어



✅ 지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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