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s 47. 수치심 verecundia
Creep_Radiohead (가오갤 OST, 어쿠스틱 ver.)
치욕(pudor)이란
우리가 부끄러워하는 행위에 수반되는 슬픔이다.
반면 수치심(verecundia)이란
치욕에 대한 공포나 소심함이고
추한 행위를 범하지 않도록 인간을 억제하는 것이다.
<에티카> 스피노자
<수치심> 마비된 삶을 깨우는 마지막 보루
인간이란 기쁨은 가급적 유지하려 하고 슬픔은 멀리하려는 존재이니까. 그래서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중요한 것이다. 수치심은 앞으로 치욕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공포감이나 소심함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스피노자가 치욕과 수치심을 구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치욕은 슬픈 감정이지만, 수치심은 그런 슬픈 감정이 들지 않도록 하려는 원동력이니까.
<강신주의 감정수업> p492
� 도서
<인간의 굴레에서> 서머싯 몸
� 음악 & 뮤직비디오
Creep_Radiohead
Creep_Radiohead (가오갤 OST, 어쿠스틱 Ver.)
Changed man_박진영
부끄럼_멜로망스
수치심은 '수치를 느끼는 마음'이고 수치는 '다른 사람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 또는 그런 일을 의미'한다. verecundia는 '조심성, 신중, 수치심, 부끄러움' 등의 뜻을 갖고 있다.
수치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비난받을 짓을 애초에 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치심을 느낄 때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신의 행동 또한 강하게 반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나의 정신과 감정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러니 마비된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에게서는 수치심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492
라디오헤드 원곡의 라이브 영상도 좋지만, 가오갤 영상과 어쿠스틱 버전의 조화로 듣는 Creep도 잔잔한 파동이 일어서 좋다.
Creep_Radiohead (가오갤 OST, 어쿠스틱 Ver.)
치욕은 '수치와 모욕을 아우르는 말'이다. 게다가 치욕의 라틴어 pudor에는 '정직, 정숙, 신중함'와 '부끄러움, 수치' 등의 결이 다른 두 의미가 함께 들어 있었다.
이러한 치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수치심은 미리 보호막의 역할을 한다.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이 있기에 너무 나서지 않아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수치심이 있기에 타인의 시선에 어느 정도 선에서 맞추는 능력이 되기도 하겠다.
박진영의 'Changed Man'이 제목과 달리 가사는 바뀌지 않은 남자다. 우린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보고 해석하고 판단하지만, 때론 역설 속에 진심과 진실이 있기도 하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하는데, 갈대를 흔드는 바람이 남자의 마음일 때도 있다.
I’m a changed man, I’m a changed man
안돼 아무리 그렇게 날 봐도
그런 눈빛 하지 마 No No
난 이제 달라졌어 미안해
반가웠어 잘 지내 하면 돼
But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내 의지완 상관없게
또 다른 내가 움직이네
내 안에 아직 살아있는 Past man
(겉으로는) 지키는 선들을
(속으로는) 이미 넘고 있어
(눈으로는) 아무도 못 보는 걸
나 혼자 보고 있어
살짝 흔들려도 네 눈엔 안 보여
마음속에선 달을 넘어 별을 지나서 난리 나도
절대 안 보여줘 완벽한 내 컨트롤
젠틀하게 돌아서네 아쉬운 맘은 묻어둔 채
I’m a changed man
Danger 전쟁이야 내 안에선
양심이 위기야 Invasion
뚫리고 있어 경계선
이거 완전히 허물어지기 직전
손길 하나만 더 스친다면
숨결 한 번만 더 느낀다면
무너질 것 같아서 여기서
더 다가갈 수 없어
살짝 흔들려도 네 눈엔 안 보여
마음속에선 달을 넘어 별을 지나서 난리 나도
절대 안 보여줘 완벽한 내 컨트롤
젠틀하게 돌아서네 아쉬운 맘은 묻어둔 채
I’m a changed man
안타깝지만 여기까지만
어차피 아무도 모르니까
아쉬움은 내 마음속에서만
속에서만
아무리 흔들려도 네 눈엔 안 보여
마음속에선 달을 넘어 별을 지나서 난리 나도
절대 안 보여줘 완벽한 내 컨트롤
젠틀하게 돌아서네 아쉬운 맘은 묻어둔 채
I’m a changed man
I’m a changed man
I’m a changed man
I’m a changed man
I’m a changed man
I’m a changed man
후안무치 (厚顔無恥)라는 말이 있다. 얼굴이 두꺼워 수치스러운 줄 모른다는 말이다. 최소한 잘못된 행동을 했으면 얼굴이라도 붉게 상기되는 것이 정상이다. (...) 수치심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발생할 수도 없는 감정이다. 타인의 시선에 비추어도 자신의 행동이 당당할 때, 그러니까 수치심을 전혀 느끼지 않을 때, 우리는 자존감, 혹은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자긍심과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수치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498
당당함과 뻔뻔함은 다르다. 당당함에는 떳떳함이 들어 있다. 그러나 뻔뻔함에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해악이 들어 있다. 당당하되 뻔뻔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당당함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뻔뻔해지지 않기 위해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
모퉁이 저편에 경찰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되,
마음이 원하는 바를 따르라.
<인간의 굴레에서> 서머싯 몸
사회적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규범은 지키되, 마음가는대로 하라는 것이 서머싯 몸이 <인간의 굴레에서 1>에서 필립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였다. 최소한의 규범으로 뻔뻔함을 조심하고, 마음가는대로 함으로써 굴레를 벗어나 당당해지는 것이 사회적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은 그 자체가 잘못된 감정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고귀해 질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규범이다. 개인이 느끼는 규범의 기준이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부끄러움이 들 때, 그것이 나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선을 넘는 순간 치욕이라는 수모를 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야 할 때도 있고, 말아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최소한의 규범 안에서 말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 :)
쳐다보지 않아도
내 맘은 널 향해 있고
널 바라보길 바라고
쳐다본다 싶으면
혹시나 마주칠까 봐
쳐다보지도 못하고
어딜 보는 걸까
혹시 날 보는 걸까
너도 내 마음과 같은 맘이길
내 몸이 말을 안 들어
마음은 널 좋아한다 하는데
내 눈은 네 눈을 피해
내 몸이 말을 안 들어
마음은 다가가라고 하는데
그렇게 원하지 않던
부끄럼만 생겼네
한 번은 남자 답게
인사해 보고 싶은데
안녕이란 말도 못 꺼내
다른 친구들 앞에서
말 잘하는 수다쟁이
너 앞에 서면 벙어리
어딜 보는 걸까
혹시 날 보는 걸까
너도 내 마음과 같은 맘이길
내 몸이 말을 안 들어
마음은 널 좋아한다 하는데
내 눈은 네 눈을 피해
내 몸이 말을 안 들어
마음은 다가가라고 하는데
그렇게 원하지 않던
부끄럼만 생겼네
어쩌다 마주칠 때면
내 몸은 oh no
내 맘은 want her
너도 내 마음과 같은 맘이길
내 몸이 말을 안 들어
마음은 널 좋아한다 하는데
내 눈은 네 눈을 피해
내 몸이 말을 안 들어
마음은 다가가라는데
부끄럼만
내 몸이 말을 안 들어
마음은 널 좋아한다 하는데
내 눈은 네 눈을 피해
내 몸이 말을 안 들어
마음은 다가가라는데
부끄럼만 나 생겼네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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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 물의 노래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4. 경멸 contemptus 꽃 향기만 남기고
Emotions 15. 잔혹함 crudelitas 진심으로 빌게
Emotions 16. 욕망 cupiditas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Emotions 17. 동경 desiderium 희망의 세기를 향해
Emotions 18. 멸시 despectus 본질 속 카프카적 진주처럼
Emotions 19. 절망 desperatio You Raise Me Up
Emotions 20. 음주욕 ebrietas 디오니소스와 예술 한 잔
Emotions 21. 과대평가 existimtio 이미 내 안에 모든 것이
Emotions 22. 호의 favor 호의는 권리인가 호감인가
Emotions 23. 환희 graudium 가슴이 소리치는 환호
Emotions 24. 영광 gloria 명예의 전당과 영광의 멍에
� 불꽃처럼
Emotions 25. 감사 gratia 흔해도, 흘러 넘쳐도 좋은
Emotions 26. 겸손 humilitas 존엄성을 짓는 중용의 겸손
Emotions 27. 분노 indigmatio GOAT 말고 G.O.A.T
Emotipns 28. 질투 invidia 사랑 심은 곳에 질투난다
Emotions 29. 적의 ira 정의 아닌 적의 없는 용서
Emotions 30. 조롱 irrisio 정정당당하게 롱런
Emotions 31. 욕정 libido 사랑과 감사의 배당금으로
Emotions 32. 탐식 luxuria 마음의 입맛을 돋우다
Emotions 33. 두려움 metus 쉼표와 음표가 공명하는 설렘
Emotions 34. 동정 misericordia 티파니에서 동병상련
Emotions 35. 공손 humanitas 타인은 공손이다 feat.구용구사
Emotions 36. 미움 odium 해리가 미움을 만났을 때
�️ 바람의 흔적
Emotions 37. 후회 foenitentia 신이라면 어땠을까
Emotions 38. 끌림 propensio 끌림, 그 끌어당김에 대하여
Emotions 39. 치욕 pudor 넌 내게 신뢰감을 줬어
Emotions 40. 겁 pusillanimitas 강약중강약의 셈여림으로
Emotions 41. 확신 securitas 스몰빅의 자세, '아님 말Go!'
Emotions 42. 희망 spes 매일 매일 better and better
Emotions 43. 오만 superbia Catch me if you can
Emotions 44. 소심함 timor 신이 주신 최고의 민감성
Emotions 45. 쾌감 tiltillatia 네 안에 잠든 쾌감을 깨워라
Emotions 46. 슬픔 tristitia 기쁨과 슬픔이여 안녕
✅ 지난 포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