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신은 인간적이다. 적어도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서는 말이다. 신화 속 신들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 질투, 분노, 연민 등을 표출하며, 저마다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간다.
_'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프롤로그 중에서
신으로 시작해서 인간으로 변신하듯 '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를 마무리할 시점이다. 스피노자와 <강신주의 감정수업>이라는 책의 도움을 받아 감정의 내면과 이면을 살펴 본 여정이었다. 목차 외에는 책 내용보다 주관적인 해석과 음악을 엮으면서 감정의 민낯을 마주하고자 했다.
이 여정을 통해 나와 너, 우리를 좀 더 이해하고 헤아려 보고자 했으나, 쓰면 쓸수록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가 이런 '인간'이구나! 평소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불쑥불쑥 느꼈던 감정들이 이런 이유였구나. 어쩌면 절제라는 이름으로 억누르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긍정적인 모습을 위해 부정적인 감정은 애써 외면하고 회피했던 것은 아니었나.
나를 이해하고, 나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알아가야 할 필수 요소가 '감정'이다. 남을 설득하기 위해 '행동경제학'이나 '심리학'에서도 감정의 용도를 다루지만, 결국 나를 설득하는 일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기에 자기만의 기준과 철학으로써 '감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삶도, 사랑도, 꿈도 모두 단순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살아가고 사랑하고 꿈꾸다 보면, 마치 거대한 삶의 바다에 파도가 치듯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감정들이 저마다의 바람의 크기로 일어난다. 그 바람은 어찌할 수 없는 신과 같은 존재일지라도, 파도치는 바다 위에서 서핑을 할 수도, 거센 파도 속에 위험하게 뛰어들 수도, 혹은 방향키를 돌려 우현이든 좌현이든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 프롤로그 중에서
'선과 악(Good and Evil)'을 넘어
이것은 적어도 '좋음과 나쁨 (good and bad)'을
넘어선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_프리드리히 니체
48가지 감정의 특징은 '좋음과 나쁨' 즉 '기쁨과 슬픔'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구분하고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는 사회의 기준인 선과 악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준인 좋음과 나쁨을 느끼고 그 중 좋은 것을 따르는 것이 주도적으로 삶을 '잘'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과 악'이 대다수 공동체 성원들이 내리는 평가 기준을 의미한다면, '좋음과 나쁨'은 다른 누구의 판단이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 내리는 평가 기준을 의미한다. 니체가 선과 악에 'Good'과 'Evil'이란 대문자를 사용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선과 악은 사회의 안전이나 통념을 위해 어떤 개인이라도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절대적이고 유일한 규범을 상징하니까. 반면 니체는 좋음과 나쁨에 'good'과 'bad'라는 소문자를 붙인다. 사람마다 좋음과 나쁨의 기준이 다르고 동시에 좋음과 나쁨의 내용도 다르기 때문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514
그렇다고 48가지 감정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이냐 묻는다면 '좋음과 나쁨' 혹은 '기쁨과 슬픔'이라고 생각했던 감정이 인과관계에 의해 거꾸로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감정에 대해 확신이 고개를 드는 순간 우리는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이 아닌, 내가 아는 여러 감정 중 하나 뿐임을 깨닫는다면 48가지 즐거운 놀잇감을 갖게 되니까.
48가지 얼굴로 드러나는 인간의 감정에 능통해져야 한다. 그만큼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가지게 될 것이고, 당연히 '좋음과 나쁨'이라는 행동 기준을 더 단호하게 삶에 관철시킬 수 있을 테니까 밀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515
감정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기 위해 직관과 의식의 흐름에 맡겨 생각을 확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펼쳐 나갔다. 지금 내가 느끼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쓰면서 '미래의 나'는 과연 '과거의 나'가 쓴 이 글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사뭇 궁금해진다.
분명 감정은 영원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찰나적이고 순간적인 것만은 아니다.
감정은 지속적인 것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p512
그동안 '48가지 감정 위로 음악은 흐르고'를 찾아와서 읽어주신 작가님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이 공간에 올리면서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려 더욱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찾아주신 분들 덕분에 힘을 내고 마무리 할 수 있었음을 말씀 드립니다.
감정에 반응하기보다 현명하게 대응하는 여유로움을 갖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개개인의 마음자리가 다르더라도 감정 '위로' 음악이 흐르듯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셨다면 더없이 뿌듯할 것 같습니다. 이성이라는 수면 아래, 감정이라는 바다를 품고 힘찬 생명력으로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프롤로그와 48가지 감정, 에필로그까지 총 50편의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
인간은 기쁨과 슬픔을 위해 태어났으며
우리가 이것을 제대로 알 때 비로소 우리는 세상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다.
섬세하게 직조된 기쁨과 슬픔은 신성한 영혼을 위한 안성맞춤의 옷,
모든 비탄과 갈망 아래로 비단으로 엮어진 기쁨이 흐른다.
_윌리엄 블레이크 <순수의 전조>에서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 카테고리
(감정의 포스팅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땅의 속삭임
1. 비루함(낙담) 2.자긍심 3. 경탄 4. 경쟁심 5. 야심 6. 사랑
7. 대담함 8. 탐욕 9. 반감 10. 박애 11. 연민 12. 회한
� 물의 노래
13. 당황 14. 경멸 15. 잔혹함 16. 욕망 17. 동경 18. 멸시
19. 절망 20. 음주욕 21. 과대평가 22. 호의 23. 환희 24. 영광
� 불꽃처럼
25. 감사 26. 겸손 27. 분노 28. 질투 29. 적의 30. 조롱
31. 욕정 32. 탐식 33. 두려움 34. 동정 35. 공손 36. 미움
� 바람의 흔적
37. 후회 38. 끌림 39. 치욕 40. 겁 41. 확신 42. 희망
43. 오만 44. 소심함 45. 쾌감 46. 슬픔 47. 수치심 48. 복수심
48가지 감정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한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목차를 따랐으며,
감정에 관한 포스팅은 도서 내용과 별개로 헤아리다가 선정한 음악과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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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의 속삭임
Emotions 01.비루함, 낙담(adjectio) 자존감을 회복할 때
Emotions 02. 자긍심 acquiescentia in se ipso '당당히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
Emotions 03. 경탄 admiratio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Emotions 04. 경쟁심 aemulatio '권투 말고 건투를 빌며'
Emotions 05. 야심 ambitio 야생의 생명력으로 야심차게
Emotions 06. 사랑 amor 마주 잡은 은유의 기쁨
Emotions 07. 대담함 audacia 무모한 질문에 대한 무한한 대답
Emotions 08. 탐욕 avaritia 갈망할수록 갈증나는
Emotions 09. 반감 aversio 'Make it better'
Emotions 10. 박애 benevolentia 'We are so beautiful'
Emotions 11. 연민 commiseratio 사랑이라 믿었던 연민
Emotions 12. 회한 conscientioe 오지 않은 슬픈 나날의 두려움
� 물의 노래
Emotions 13. 당황 consternatio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Emotions 14. 경멸 contemptus 꽃 향기만 남기고
Emotions 15. 잔혹함 crudelitas 진심으로 빌게
Emotions 16. 욕망 cupiditas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
Emotions 17. 동경 desiderium 희망의 세기를 향해
Emotions 18. 멸시 despectus 본질 속 카프카적 진주처럼
Emotions 19. 절망 desperatio You Raise Me Up
Emotions 20. 음주욕 ebrietas 디오니소스와 예술 한 잔
Emotions 21. 과대평가 existimtio 이미 내 안에 모든 것이
Emotions 22. 호의 favor 호의는 권리인가 호감인가
Emotions 23. 환희 graudium 가슴이 소리치는 환호
Emotions 24. 영광 gloria 명예의 전당과 영광의 멍에
� 불꽃처럼
Emotions 25. 감사 gratia 흔해도, 흘러 넘쳐도 좋은
Emotions 26. 겸손 humilitas 존엄성을 짓는 중용의 겸손
Emotions 27. 분노 indigmatio GOAT 말고 G.O.A.T
Emotipns 28. 질투 invidia 사랑 심은 곳에 질투난다
Emotions 29. 적의 ira 정의 아닌 적의 없는 용서
Emotions 30. 조롱 irrisio 정정당당하게 롱런
Emotions 31. 욕정 libido 사랑과 감사의 배당금으로
Emotions 32. 탐식 luxuria 마음의 입맛을 돋우다
Emotions 33. 두려움 metus 쉼표와 음표가 공명하는 설렘
Emotions 34. 동정 misericordia 티파니에서 동병상련
Emotions 35. 공손 humanitas 타인은 공손이다 feat.구용구사
Emotions 36. 미움 odium 해리가 미움을 만났을 때
�️ 바람의 흔적
Emotions 37. 후회 foenitentia 신이라면 어땠을까
Emotions 38. 끌림 propensio 끌림, 그 끌어당김에 대하여
Emotions 39. 치욕 pudor 넌 내게 신뢰감을 줬어
Emotions 40. 겁 pusillanimitas 강약중강약의 셈여림으로
Emotions 41. 확신 securitas 스몰빅의 자세, '아님 말Go!'
Emotions 42. 희망 spes 매일 매일 better and better
Emotions 43. 오만 superbia Catch me if you can
Emotions 44. 소심함 timor 신이 주신 최고의 민감성
Emotions 45. 쾌감 tiltillatia 네 안에 잠든 쾌감을 깨워라
Emotions 46. 슬픔 tristitia 기쁨과 슬픔이여 안녕
Emotions 47. 수치심 verecundia 고귀함을 위한 마지노선
Emotions 48. 복수심 vindicta 평정심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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